로봇 대전 게임은 십중팔구 로봇 껍데기를 씌운 액션 게임이 됩니다. 체력 바가 있고, 그게 0이 되면 폭발하고, 로봇인 이유는 그림뿐입니다. 그걸 막을 축이 하나 있다고 봤고 그게 부위 파괴입니다. 그래서 스크랩 워는 처음부터 그것만 만들었습니다.

기능으로 죽는다

부위는 다섯 개입니다. 머리, 왼팔, 오른팔, 다리, 코어. 각각 따로 내구도를 가지고 0이 되면 떨어져 나갑니다. 머리를 잃으면 조준이 무너져서 원거리 무기가 사실상 의미가 없어지고, 오른팔을 잃으면 주무기가 없어지고, 다리를 잃으면 그 자리에 고정된 포대가 됩니다. 코어가 뚫리면 그때 격파입니다.

이게 플레이어에게도 똑같이 적용됩니다. 이 대칭이 없으면 부위 파괴는 그냥 "적한테만 있는 약점 시스템"이 되고, 적이 쏘는 걸 무서워할 이유가 사라집니다. 내 다리가 날아가서 못 움직이게 되는 경험이 있어야 적의 다리를 노리는 게 의미가 생깁니다.

코어에는 정면 장갑을 붙여서 직접 때리기 어렵게 했습니다. 팔다리를 벗겨야 코어가 열리는 구조여야 "천천히 벗기기"에 이유가 생기니까요.

어떻게 부쉈는가가 곧 무엇을 얻는가

부순 파츠는 실제로 바닥에 떨어집니다. 그리고 여기서 선택이 하나 생깁니다.

코어를 바로 노려 빨리 끝내면 안전하지만, 폭발에 휩쓸려 파츠 대부분이 파손품이 됩니다. 팔다리부터 차근차근 벗겨내고 마무리하면 온전한 파츠가 나오지만, 그동안 계속 맞습니다. 매 전투마다 "빨리 죽일까, 천천히 벗길까"가 생기고 이게 전투와 성장을 잇는 유일한 고리입니다.

파손품도 버리지 않습니다. 분해해서 수리 재료가 됩니다. 안 그러면 코어 격파가 완전한 손해가 되어 선택지가 아니라 함정이 되니까요.

탄약 대신 열

탄약 관리는 로봇답지 않고 재미도 재장전 타이밍 하나로 끝납니다. 그래서 열을 씁니다. 쏘고 부스트하고 맞으면 열이 오르고, 100%가 되면 약 2.5초 완전히 멈춥니다.

죽는 게 아니라 멈추는 게 핵심입니다. 과열이 즉사면 그냥 다른 이름의 체력이지만, 정지면 매 순간 "지금 식힐까 한 발 더 쏠까"가 생깁니다. 냉각은 가만히 있을 때 가장 빠르고 부스트 중에는 거의 안 되니까 치고 식히는 리듬이 강제됩니다.

적도 똑같이 과열합니다. 계속 몰아붙여서 적을 과열시키면 무방비로 노출되니까, 도망 다니며 딜을 넣는 게 아니라 압박 자체가 전술이 됩니다.

맨손으로 시작한다

무기를 처음부터 쥐여 주지 않습니다. 맨손 근접으로 시작해서 필드에 떨어진 걸 주워 무장합니다. 무기를 잃어도 싸울 수 있어야 하고, 그래야 "돌아다니면서 조달한다"가 그림이 됩니다.

조각을 주우면 열이 내려가게도 해 뒀습니다. 물러서는 게 아니라 방금 부순 자리로 파고드는 쪽이 이득이어야 다수전이 후퇴전으로 늘어지지 않습니다.

여섯 대가 덤비면 부위 파괴가 사라진다

다수전을 그냥 만들면 난전이 되고, 난전이 되는 순간 부위 파괴가 통째로 무의미해집니다. 조준할 틈이 없으니 그냥 난사하게 되니까요. 그래서 세 겹으로 막았습니다.

적의 역할을 넷으로 나눠서 각각 무력화해야 할 부위가 다르게 했습니다. 돌격형은 다리, 사수형은 머리, 방패형은 팔, 자폭형은 코어. 그리고 실제로 덤비는 건 동시에 두 대까지고, 나머지는 멀찍이 맴돌면서 쏘지 않습니다.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 화면에 있으면서 "다음 차례"라는 게 보여야 압박이 이어지니까요. 3.2초마다 앞뒤를 교대시켜서 한 대만 계속 두들겨 맞지 않게 했습니다.

자폭형은 적아를 안 가립니다. 그래야 적 무리 쪽으로 유인해서 터뜨리는 도구가 됩니다.

로봇이 깍두기면 나머지가 다 무의미하다

이 게임에는 M-1이라는 단계를 앞에 세웠습니다. 로봇 한 대를 세워 놓고 보기만 하는 단계입니다. 게임 로직은 한 줄도 쓰지 않고, 절차 생성 메시와 조명과 걷기만 만들어서 스크린샷을 뽑았습니다.

통과 기준은 하나였습니다. 사람이 보고 "깍두기가 아니다"라고 해야 한다. 이 승인이 나기 전에는 게임 로직을 시작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로봇이 멋있지 않으면 나머지가 전부 무의미하고, 그건 로직을 다 만든 뒤에 고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니까요. 실제로 이 단계에서 디자인 언어를 세 번 갈아엎었고 마지막에 귀여운 캐릭터형으로 갔습니다.

외부 에셋은 하나도 안 씁니다. 메시도 재질도 소리도 전부 코드로 만듭니다.

아직 안 끝난 것

솔직하게 적자면, 이게 재미있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자체 검증은 통과했고 AI끼리 붙여 보면 16초쯤에 승부가 나면서 양쪽 다 부위를 잃습니다. 하지만 "부위를 노리는 게 재미있는가"와 "때리는 감이 있는가"는 사람이 직접 해봐야 나오는 판정이고, 그건 아직 안 받았습니다.

만드는 동안 몇 번 틀리기도 했습니다. 웨이브가 시작되는 한 프레임 동안만 교대 상한이 깨져서 세 대가 동시에 덤비고 있었는데, 화면으로는 "가끔 좀 빡세네" 정도로만 보였습니다. 100초 소크 테스트가 "최대 3대(상한 2)"로 정확히 잡아 줬습니다. 1웨이브에 두 대를 내보낸 것도 실수였습니다. 규칙을 배우는 첫 판에 둘이 나오면 볼 틈이 없어서 그냥 밟힙니다.

지금 상태는 프로토타입입니다. 다음은 뜯어낸 파츠를 실제로 회수해서 조립하는 인터미션, 파괴 순서에 따라 페이즈가 갈리는 보스, 그리고 미션 캠페인입니다. 브라우저에서 지금 바로 해보실 수 있고, 손맛이 판정되면 앱으로도 낼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