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프라이어를 들이면 "이제 오븐은 필요 없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오븐이 있는 집에서는 "그냥 작은 오븐 아니냐"는 말도 나옵니다. 둘 다 반쯤 맞습니다. 뜨거운 공기로 익힌다는 점은 같고, 그 공기를 얼마나 세게, 얼마나 좁은 곳에서 움직이느냐가 다릅니다. 그 차이가 어떤 음식에서 결과를 갈라 놓는지 적어 두겠습니다.

기름으로 튀기지 않습니다

이름 때문에 오해가 생기는데, 에어프라이어 안에는 기름이 끓는 곳이 없습니다. 구조는 이렇습니다.

  • 통 위쪽에 전열선(히터) 이 있고
  • 그 바로 위에 선풍기가 있어 뜨거운 공기를 아래로 밀어 내리고
  • 공기가 바구니 둘레를 돌아 다시 위로 올라가는 좁은 순환 길이 있습니다

오븐 가운데 선풍기가 달린 컨벡션 오븐과 원리는 같습니다. 다른 점은 칸이 훨씬 작고, 히터가 음식에 가깝고, 바람이 세다는 것입니다.

진짜 튀김은 170~180도의 기름에 담가 익힙니다. 액체는 공기보다 열을 훨씬 잘 전하므로 겉이 몇 분 만에 굳습니다. 에어프라이어는 공기로 그 흉내를 내는 것이라, 바삭함의 상당 부분은 음식에 이미 묻어 있는 기름에서 옵니다. 냉동 감자튀김이 잘 되는 이유가 공장에서 한 번 튀겨 나왔기 때문입니다. 생감자는 겉에 기름을 조금 발라야 비슷한 결과가 납니다.

바람이 하는 일 — 표면의 축축한 공기층

같은 200도인데 왜 바람이 세면 겉이 먼저 바삭해질까요. 열이 음식 겉으로 들어가는 길목에 얇은 공기층이 있기 때문입니다.

음식 한 조각의 표면을 확대해 비교한 그림. 바람이 없는 쪽은 표면에 두꺼운 습한 공기층이 붙어 있고 표면 온도가 100도에 머뭅니다. 바람이 빠른 쪽은 습한 층이 얇게 깎여 나가고 수증기가 날아가며, 마른 표면이 100도를 넘어 갈색으로 변합니다

음식 바로 겉의 공기는 거의 움직이지 않고, 음식에서 나온 수증기로 축축합니다. 이 층이 열을 막는 담요 노릇을 합니다. 바람이 빠르면 이 층이 얇게 깎여 나가서 두 가지가 같이 일어납니다.

  1. 열이 더 빨리 들어갑니다. 막는 층이 얇아졌기 때문입니다.
  2. 겉의 물기가 더 빨리 날아갑니다. 수증기를 머금은 공기를 바람이 계속 치워 줍니다.

두 번째가 더 중요합니다. 겉에 물이 남아 있는 동안 표면은 100도를 넘지 못합니다. 들어온 열이 물을 증발시키는 데 쓰이기 때문입니다. 겉이 마른 뒤에야 온도가 올라가고, 그때부터 노릇한 색과 고소한 냄새를 만드는 반응(마이야르 반응)이 빨라집니다. 에어프라이어가 빠른 건 겉을 먼저 말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오븐이 잘하는 것

오븐은 넓은 칸 위아래의 히터와 달궈진 벽이 내는 복사열이 큰 몫을 합니다. 공기는 천천히 돌고, 열이 위아래 사방에서 고르게 옵니다. 이것이 약점이자 강점입니다.

  • 부풀어야 하는 반죽(빵·케이크·머핀): 겉이 너무 일찍 굳으면 속이 다 부풀기 전에 껍질이 막아 버립니다. 위에서 센 바람을 맞는 에어프라이어는 윗면이 먼저 굳고 타기 쉽습니다.
  • 큰 덩어리(통닭·덩어리 고기·그라탱): 속까지 열이 가는 데 시간이 걸리는데, 히터가 가까운 에어프라이어는 그동안 윗면이 먼저 탑니다.
  • 많은 양: 오븐은 판을 여러 장 넣을 수 있습니다. 에어프라이어 바구니에 겹쳐 담으면 바람길이 막혀, 가려진 부분은 구워지는 게 아니라 쪄집니다.

음식별로 나누면

음식더 맞는 쪽이유
냉동 감자튀김·너겟·만두에어프라이어이미 기름이 묻어 있고, 겉만 말리면 됩니다
닭날개·삼겹살 조각에어프라이어얇아서 속이 금방 익고, 기름이 아래로 빠집니다
남은 치킨·피자 데우기에어프라이어전자레인지처럼 눅눅해지지 않고 겉이 다시 마릅니다
식빵·케이크·쿠키 여러 판오븐고르게, 천천히, 넓게 익혀야 합니다
통닭·덩어리 고기오븐속까지 익는 동안 겉을 지켜야 합니다
반죽을 묻힌 생튀김둘 다 어려움묽은 반죽은 굳기 전에 흘러내리고 바람에 날립니다

에어프라이어 겸용 오븐처럼 칸이 크고 선풍기가 센 제품은 이 표의 중간쯤에 있습니다. 결국 칸의 크기와 바람 세기가 어느 쪽에 가까운지를 정합니다.

전기는 덜 드나 — 직접 재는 법

칸이 작으면 데워야 할 공기와 벽이 적어 예열이 짧고, 그만큼 전기가 덜 들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양이 많아 두세 번 나눠 돌리면 오븐 한 번보다 더 들 수도 있습니다. 기기와 양마다 달라서 금액으로 적지 않겠습니다. 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1. 콘센트와 플러그 사이에 끼우는 전력 측정 플러그를 준비합니다.
  2. 같은 음식, 같은 양을 각각 익히며 누적 kWh 를 봅니다.
  3. 예열부터 끝까지 재고, 나눠 돌린 횟수도 포함합니다.

쓸 때 조심할 것

  • 유산지·은박지를 예열 중에 혼자 넣지 않습니다. 위에서 부는 바람에 떠올라 히터에 닿을 수 있습니다. 음식으로 눌러 놓고 씁니다.
  • 중간에 한 번 흔들거나 뒤집습니다. 바람이 위에서 오므로 아랫면과 겹친 면이 덜 익습니다.
  • 오븐 조리법을 옮길 때 "온도를 조금 낮추고 시간을 줄인다"는 요령이 흔히 돌지만, 얼마나 줄일지는 기기마다 달라 정해진 비율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처음에는 권장 시간보다 일찍 열어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정리

  • 에어프라이어는 좁은 칸에 센 바람을 넣은 오븐이지 기름 튀김기가 아닙니다.
  • 빠른 바람이 겉의 축축한 공기층을 걷어 내서 겉이 먼저 마르고, 마른 뒤에야 100도를 넘어 노릇해집니다.
  • 그래서 얇고 이미 기름이 묻은 음식에 강하고, 부푸는 반죽·큰 덩어리·많은 양은 오븐이 낫습니다.
  • 바구니를 겹쳐 채우면 바람길이 막혀 구이가 아니라 찜이 됩니다.
  • 전기가 덜 드는지는 양에 따라 갈리니 전력 측정 플러그로 직접 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