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차에서 자고 일어나면 유리창 안쪽이 물로 흥건한 날이 있습니다. 천장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기도 하고, 창틀 고무에 고인 물이 얼어 있기도 합니다. 그래서 창을 조금 열고 자라는 말을 듣게 되는데, 추운 날 창을 연다는 게 선뜻 내키지 않습니다.

이 글에서는 결로가 왜 생기는지, 창을 열면 왜 줄어드는지, 그리고 환기로 해결되지 않는 문제인 일산화탄소를 따로 나눠 적습니다. 둘을 한데 묶어 "환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결로는 사람이 내놓은 물입니다

차 안의 물은 대부분 사람에게서 나옵니다. 숨을 쉴 때마다 수증기가 나가고, 피부로도 조금씩 나갑니다. 좁은 차 안은 공기의 양이 적어서 같은 양의 수증기로도 습도가 빨리 오릅니다. 젖은 옷이나 신발, 차 안에서 끓인 물도 여기에 더해집니다.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온도가 낮을수록 줄어듭니다. 습한 공기가 차가운 면에 닿아 식다가 더 이상 품을 수 없는 온도(이슬점)에 이르면, 넘친 수증기가 물로 맺힙니다. 겨울 차에서 가장 차가운 면은 바깥 공기에 바로 맞닿은 유리창이라서 물이 거기부터 생깁니다. 차체 철판 안쪽, 문 아래쪽처럼 단열이 얇은 곳도 마찬가지입니다.

조건결로에 미치는 영향
차 안 인원이 많다수증기가 더 많이 나와 이슬점이 오릅니다
바깥이 더 춥다유리 표면이 더 차가워져 이슬점 밑으로 쉽게 내려갑니다
젖은 물건을 들였다밤새 마르면서 그 물이 공기로 나옵니다
창을 꽉 닫았다나온 수증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습니다

차가운 바깥 공기가 실내를 말리는 이유

창을 열면 차가운 공기가 들어옵니다. 이 공기는 온도가 낮아서 처음부터 품고 있는 수증기의 절대량이 적습니다. 그 공기가 차 안에서 조금 데워지면 같은 수증기를 두고도 품을 수 있는 한도가 커지므로 상대습도가 떨어집니다.

온도에 따라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을 그린 곡선. 0도에서 포화된 바깥 공기를 10도로 데우면 상대습도가 약 50퍼센트로 내려가는 것을 화살표로 보여 줍니다

포화수증기압은 물리 상수로 정해진 값이라 계산이 됩니다. 0도에서는 약 6.1hPa, 10도에서는 약 12.3hPa, 20도에서는 약 23.4hPa입니다. 그래서 0도에서 습도 100%인 바깥 공기를 10도까지 데우면 상대습도는 대략 50%가 됩니다. 비나 눈이 오는 날 바깥 공기가 축축해 보여도, 데워지면 차 안 공기보다 마른 경우가 많은 이유입니다.

환기가 하는 일은 이것입니다. 축축한 실내 공기를 조금씩 내보내고, 마른 공기로 바꿔 넣는 것입니다. 그래서 틈을 한 곳만 내는 것보다 대각선으로 두 곳을 내는 편이 공기가 흐르는 길이 생깁니다.

얼마나 열어야 결로가 안 생기는지는 적지 않겠습니다. 인원, 차 크기, 바깥 온도와 바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대신 온습도계를 하나 두고 자기 전과 아침의 습도, 그리고 유리창 상태를 적어 보는 방법이 가장 정확합니다. 두세 번이면 자기 차에서 어느 정도가 맞는지 감이 잡힙니다.

결로를 줄이는 다른 방법과 그 한계

  • 젖은 물건은 밖에 둡니다. 낚시 뒤 젖은 장화나 옷을 차 안에서 말리면 그 물이 그대로 유리로 갑니다.
  • 차 안에서 물을 끓이지 않습니다. 김이 곧 수증기입니다.
  • 창에 단열 가림막을 댑니다. 유리 안쪽 표면이 덜 차가워져 결로가 줄어듭니다. 다만 가림막과 유리 사이에 습한 공기가 들어가면 가림막 뒤에서 결로가 생깁니다. 아침에 떼어서 닦는 수고는 남습니다.
  • 제습제는 보조입니다. 차 한 대 안에서 사람이 밤새 내놓는 수증기를 다 잡기에는 작습니다.

환기에도 대가가 있습니다. 들어온 찬 공기만큼 차 안이 식습니다. 결로를 없애는 것과 따뜻하게 자는 것은 어느 정도 맞바꾸는 관계이고, 둘 다 완벽하게 얻는 틈의 크기는 없습니다. 추위는 침낭과 바닥 단열로 막고, 틈은 습기를 위해 남겨 두는 쪽으로 생각하는 편이 맞습니다.

일산화탄소는 냄새로 잡히지 않습니다

여기서부터는 결로와 전혀 다른 이야기입니다.

일산화탄소는 연료가 덜 탈 때 나옵니다. 부탄·등유 난로, 숯, 가스버너, 그리고 자동차 배기가스가 모두 그 원천입니다. 이 기체는 색도 냄새도 맛도 없습니다. 우리가 "가스 냄새"라고 부르는 것은 가스에 일부러 섞어 넣은 냄새 성분이고, "타는 냄새"는 연기 속 다른 물질의 냄새입니다. 일산화탄소 자체의 냄새가 아닙니다. 그래서 냄새가 안 난다고 안전한 것이 아니고, 냄새가 빠졌다고 일산화탄소도 빠진 것이 아닙니다.

일산화탄소는 피 속 헤모글로빈에 산소보다 훨씬 강하게 달라붙어 산소가 몸으로 가는 길을 막습니다. 초기 증상은 두통, 어지럼, 메스꺼움, 졸음인데, 추운 밤 좁은 차에서 흔히 느끼는 피로와 구별이 안 됩니다. 그리고 잠든 사람은 이 증상 자체를 느끼지 못합니다. 겨울 차박 사고가 대부분 자는 동안 일어나는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렇게 정리합니다.

오해실제
창을 조금 열었으니 난로를 켜도 된다틈의 크기와 안전의 관계는 누구도 보장하지 못합니다
냄새가 안 나니 괜찮다일산화탄소는 원래 냄새가 없습니다
시동을 켜 두면 히터라 안전하다배기구가 눈이나 벽에 막히면 배기가스가 차 안으로 들어올 수 있습니다
경보기가 있으니 괜찮다경보기는 마지막 안전장치이지 연소 기구를 켜도 된다는 허가가 아닙니다

차 안에서 자는 동안에는 연소 기구를 쓰지 않는 것이 이 글에서 제가 말할 수 있는 유일한 기준입니다. "이만큼 열면 괜찮다"는 선은 지어낼 수 없습니다. 일산화탄소 경보기는 두는 편이 낫지만, 설치 위치와 수명은 제품 설명서를 따르시기 바랍니다. 두통이나 어지럼이 갑자기 오면 바로 밖으로 나가 바람을 쐬고, 증상이 있으면 119에 신고합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차 안에서 밤새 생기는 결로의 양을 인원과 기온별로 직접 재지는 못했습니다. 위의 습도 계산은 포화수증기압으로 구한 값이고, 실제 차 안에서는 틈으로 새는 공기, 차체 단열, 사람의 체온에 따라 달라집니다. 자기 차에서는 온습도계로 확인하는 것이 맞습니다.

정리

  • 겨울 차 안 결로는 사람이 내놓은 수증기가 가장 차가운 유리에서 이슬점 밑으로 식어 생깁니다.
  • 차가운 바깥 공기는 수증기가 적어서, 들어와 데워지면 실내 습도를 낮춥니다. 0도 포화 공기를 10도로 데우면 약 50%입니다.
  • 틈은 대각선 두 곳이 낫고, 얼마나 열지는 온습도계로 자기 차에서 재는 것이 정확합니다.
  • 환기는 결로 대책일 뿐 일산화탄소 대책이 아닙니다. 일산화탄소는 색도 냄새도 없습니다.
  • 자는 동안 차 안 연소 기구는 쓰지 않고, 증상이 의심되면 곧바로 밖으로 나가 119에 신고합니다.

이어서 읽을 것

차 안을 데우는 이야기라 난방 쪽 글과 이어집니다. 온수매트와 전기장판에 40도대 저온화상을 적어 두었는데, 좁은 차 안에서 매트를 쓰실 거라면 같이 보셔야 합니다. 다녀온 자리들은 차박 캠낚에 모아 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