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조기를 고를 때 가장 먼저 갈리는 것이 히트펌프식이냐 히터식이냐입니다. 히트펌프식이 전기를 덜 먹는다는 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왜 덜 먹는지를 알면 언제 그 장점이 줄어드는지도 같이 보입니다.
빨래를 말리는 데 드는 열은 정해져 있습니다
빨래를 말린다는 건 옷에 남은 물을 수증기로 바꿔 내보내는 일입니다. 물이 수증기가 되려면 증발열이 들어가야 하고, 이 양은 기계가 무엇이든 같습니다.
| 항목 | 값 |
|---|---|
| 50℃ 안팎에서 물 1kg 의 증발열 | 약 2.38MJ |
| 전기로 바꾸면 | 약 0.66kWh |
여기에 옷과 드럼과 공기를 데우는 열, 기계 밖으로 새는 열이 더해집니다. 그러니 열을 전부 전기로 새로 만드는 기계라면 물 1kg 당 0.66kWh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습니다.
히터식: 데우고, 쓰고, 버립니다
히터식은 전열선(가스식은 버너)으로 공기를 데워 드럼에 불어 넣습니다. 뜨거운 공기가 옷의 물을 수증기로 받아 가면, 그 축축한 공기를 어떻게 처리하느냐로 다시 나뉩니다.
- 배기식: 축축한 공기를 관으로 집 밖에 버립니다. 수증기가 품고 나간 증발열도 함께 버려집니다.
- 콘덴서식(히터): 축축한 공기를 방 공기로 식혀 물을 받아 냅니다. 배기관은 없지만, 맺힐 때 나온 열은 방으로 흩어지고 다시 쓰이지 않습니다.
배기식에는 잘 드러나지 않는 비용이 하나 더 있습니다. 내보낸 만큼의 공기가 집 안 어딘가로 들어와야 하니, 겨울에는 데워 둔 방 공기를 빼고 바깥의 찬 공기를 들이는 셈입니다. 이 몫은 건조기 전기요금에 찍히지 않고 난방비에 섞여 나옵니다.
히트펌프식: 맺힐 때 나오는 열을 되찾습니다
수증기가 다시 물로 맺힐 때는 증발할 때 가져간 열을 그대로 내놓습니다. 히트펌프식은 이 열을 거둡니다.
- 드럼을 지난 축축한 공기가 차가운 증발기를 지나며 물을 떨어뜨립니다.
- 이때 나온 열을 냉매가 받아 가고, 압축기가 냉매를 눌러 더 뜨겁게 만듭니다.
- 뜨거워진 냉매가 응축기에서 바람을 다시 데워 드럼으로 보냅니다.
에어컨이 방의 열을 바깥으로 옮기는 것과 같은 원리를, 건조기 안의 닫힌 고리 하나에서 하는 것입니다. 전기는 열을 만드는 데가 아니라 열을 옮기는 압축기를 돌리는 데 쓰이므로, 히트펌프식은 물 1kg 당 0.66kWh 보다 적은 전기로도 말릴 수 있습니다. 히터식은 구조상 그럴 수 없습니다.
대신 내주는 것들
| 히터식 | 히트펌프식 | |
|---|---|---|
| 전기 | 열을 전부 새로 만듦 | 열 대부분을 되찾아 씀 |
| 바람 온도 | 대체로 더 뜨거움 | 대체로 낮음 |
| 걸리는 시간 | 대체로 짧음 | 대체로 김 |
| 놓는 자리 | 배기식은 배기관이 나갈 곳 | 너무 춥거나 더운 곳은 피함 |
| 손 갈 곳 | 먼지 필터 | 먼지 필터 + 열교환기 |
- 시간이 더 걸립니다. 압축기가 한 번에 옮길 수 있는 열의 양에 한계가 있고, 바람도 덜 뜨겁기 때문입니다.
- 추운 곳에서는 장점이 줄어듭니다. 겨울 베란다처럼 차가운 곳에서는 기계가 데워지는 데 오래 걸리고, 제조사마다 쓸 수 있는 주변 온도 범위를 정해 둡니다. 정확한 범위는 제품 설명서에서 확인해야 하며, 여기서 숫자를 정하지는 못했습니다.
- 열교환기가 먼지에 막힙니다. 필터를 빠져나간 보풀이 증발기 핀에 쌓이면 열을 잘 못 거두고 시간이 늘어납니다. 자동 세척이 있는 제품도 있지만, 필터 청소는 어느 쪽이든 매번 해야 합니다.
옷감은 '덜 뜨겁다'만으로 안심할 수 없습니다
바람이 덜 뜨거우면 열에 약한 옷감에는 유리합니다. 하지만 면이 줄어드는 데는 열만이 아니라 젖은 상태에서 계속 구르는 힘과 너무 바싹 말리는 것도 함께 작용합니다. 그래서 히트펌프식이라도 '텀블 건조 금지' 표시가 있는 옷은 넣지 않고, 다 말랐는데 계속 돌지 않도록 건조도 감지 코스를 쓰는 편이 낫습니다. 이 부분은 옷감과 코스에 따라 결과가 달라서 한쪽이 언제나 낫다고 말하기 어렵습니다.
집에서 직접 재 보는 방법
필요한 건 체중계(또는 저울)와 콘센트에 끼우는 전력 측정 플러그입니다.
- 탈수가 끝난 빨래를 바구니째 달고, 빈 바구니 무게를 뺍니다.
- 전력 측정 플러그의 누적 kWh 를 0 으로 두고 건조를 돌립니다.
- 마른 빨래를 다시 답니다. 두 무게의 차이가 날아간 물의 양입니다.
- 물 1kg 당 전기 = 쓴 kWh ÷ 날아간 물(kg) 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물이 3kg 빠졌고 전기를 1.5kWh 썼다면 1kg 당 0.5kWh 입니다. 이 값이 0.66 보다 작다면 열을 되찾고 있다는 뜻이고, 크다면 히터식이거나 히트펌프식이 제 몫을 못 하는 상태입니다(열교환기 막힘, 추운 자리, 너무 적은 빨래 등). 가스 건조기는 가스 계량기 숫자를 앞뒤로 적어 같은 식으로 봅니다.
한 번만 재면 빨래 양과 옷감에 따라 크게 흔들리므로, 비슷한 양으로 몇 번 재서 비교합니다.
어느 쪽이든 줄일 수 있는 것
- 탈수를 세게 할수록 건조기가 날려야 할 물이 줄어듭니다. 물을 짜내는 데 드는 전기는 증발시키는 데 드는 전기보다 훨씬 적습니다.
- 너무 적게 넣으면 데우는 데 쓰는 열의 비율이 커집니다. 너무 많이 넣어도 바람이 고루 돌지 않습니다.
- 필터를 매번 비우는 것이 가장 값싼 성능 유지입니다.
정리
- 물 1kg 을 날리는 데는 기계와 상관없이 약 0.66kWh 의 증발열이 듭니다.
- 히터식은 그 열을 새로 만들고 버리고, 히트펌프식은 맺힐 때 나오는 열을 되찾아 다시 씁니다.
- 그래서 히트펌프식만 그 최소선 아래로 내려갈 수 있지만, 시간과 놓는 자리, 열교환기 청소를 대가로 냅니다.
- 배기식은 겨울에 난방한 공기를 밖으로 빼는 비용이 따로 있습니다.
- 무게 차이와 전력 측정 플러그로 우리 집 건조기의 물 1kg 당 전기를 직접 잴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