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는 "물 분자를 흔들어 데운다"고 흔히 설명합니다. 이 한 문장이 맞는 만큼, 반대로 흔들 물이 없거나 흔들 수 없는 물이면 잘 데우지 못한다는 것도 같이 따라옵니다.
전기장이 1초에 24억 번 넘게 뒤집힙니다
가정용 전자레인지는 마그네트론이라는 부품에서 2.45GHz 의 전파를 만듭니다. 전파의 전기장은 방향이 1초에 약 24억 5천만 번 바뀝니다.
물 분자는 산소 쪽이 약간 음전하, 수소 쪽이 약간 양전하를 띱니다. 그래서 전기장이 뒤집힐 때마다 방향을 따라 돌려고 하고, 주변 분자와 부딪히며 그 움직임이 열로 바뀝니다. 이렇게 데워지는 정도는 물질마다 크게 다릅니다.
| 대상 | 전자레인지 안에서 | 이유 |
|---|---|---|
| 액체 물, 국, 밥 | 잘 데워짐 | 분자가 자유롭게 돎 |
| 얼음, 언 고기 | 잘 안 데워짐 | 분자가 격자에 묶임 |
| 유리·도자기 그릇 | 거의 안 데워짐 | 흔들 물이 거의 없음 |
| 금속 | 전파를 튕겨 냄 | 전자가 표면에서 전파를 되돌림 |
| 짠 음식 | 겉이 빨리 데워짐 | 녹은 이온도 끌려다니며 열을 냄 |
흔한 오해가 하나 있습니다. 2.45GHz 가 물의 '공명 주파수'라서 고른 것은 아닙니다. 상온의 물이 전파를 가장 잘 먹는 주파수는 20GHz 안팎입니다. 그 근처를 쓰면 겉에서 전부 흡수돼 속까지 들어가지 못하므로, 덜 먹히는 대신 더 깊이 들어가는 주파수를 쓰는 것입니다. 이 대역이 산업·의료용으로 비워 둔 주파수라는 점도 함께 작용했습니다.
못 데우거나, 데우면 안 되는 것들
얼음. 얼음 속 물 분자는 서로 단단히 붙들려 있어 전기장을 따라 돌지 못합니다. 그래서 해동이 어렵고, 더 곤란한 일이 생깁니다. 한 군데라도 먼저 녹으면 그 물이 전파를 훨씬 잘 먹어 녹은 자리만 계속 뜨거워집니다. 해동 모드가 출력을 껐다 켰다 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꺼진 동안 열이 옆의 언 곳으로 번질 시간을 줍니다.
금속. 금속은 전파를 반사하므로 금속 그릇 안의 음식은 잘 데워지지 않습니다. 포크 끝이나 구겨진 호일처럼 뾰족하거나 얇은 금속에는 전기장이 몰려 불꽃이 튈 수 있습니다. 반면 일부 제품은 설계상 금속 선반을 넣어 쓰도록 되어 있으니, 이 부분은 설명서를 따르는 것이 맞습니다.
빈 상태. 음식이 없으면 전파가 흡수될 곳이 없어 안에서 계속 튕기다 마그네트론 쪽으로 돌아갑니다. 빈 채로 돌리지 않는 이유입니다.
바삭함과 노릇함. 굽는 색은 표면이 140℃ 이상으로 올라가야 생깁니다. 전자레인지에서는 겉의 물이 계속 끓어 날아가면서 표면이 100℃ 근처에 묶입니다. 그래서 튀김은 눅눅해지고, 빵은 식으면서 오히려 질겨집니다.
데우면 안 되는 것도 있습니다.
- 껍데기째 달걀: 속에서 생긴 수증기가 빠져나갈 곳이 없어 터집니다. 꺼낸 뒤에 터지기도 합니다.
- 매끈한 컵의 물만 오래: 거품이 생길 자리가 없어 100℃ 를 넘겨도 끓지 않다가, 숟가락을 넣는 순간 한꺼번에 끓어오를 수 있습니다(과열).
- '전자레인지 사용 가능' 표시가 없는 용기: 재질에 따라 변형되거나 뜨거워질 수 있습니다. 어떤 재질이 어디까지 괜찮은지는 이 글에서 확인하지 못했고, 용기의 표시를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합니다.
전파는 겉 몇 cm 까지만 들어갑니다
전자레인지가 "속부터 데운다"는 말도 사실과 다릅니다. 전파는 음식으로 들어가며 점점 흡수돼 겉에서 대략 몇 cm 까지만 직접 데웁니다. 정확한 깊이는 음식의 수분·염분·온도에 따라 달라서 한 숫자로 말하기 어렵습니다. 그보다 안쪽은 프라이팬과 마찬가지로 열이 전해지기를 기다려야 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고르게 데워집니다.
- 작게 나누거나 얇게 펼칩니다. 겉에서 몇 cm 안에 음식 대부분이 들어오게 합니다.
- 가운데를 비우고 고리 모양으로 놓습니다. 가운데는 사방에서 들어온 전파가 가장 덜 닿습니다.
- 데운 뒤 1~2분 둡니다. 겉의 열이 속으로 번지는 시간입니다.
전파가 안에서 반사되며 생기는 뜨거운 자리와 덜 뜨거운 자리도 있습니다. 돌림판이 음식을 돌리는 것은 이 자리를 골고루 지나가게 하려는 것입니다.
집에서 직접 재 보는 방법
표시된 출력(예: 700W)은 전기를 먹는 양이 아니라 음식에 들어가는 양이라고 표시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는 그보다 낮게 나올 수 있습니다. 물과 온도계로 대략 잴 수 있습니다.
- 전자레인지에 쓸 수 있는 그릇에 찬물 1kg(1L) 을 담고 온도를 잽니다.
- 최고 출력으로 60초 돌립니다.
- 꺼내서 한 번 저은 뒤 온도를 다시 잽니다.
- 출력(W) ≈ 4,186 × 오른 온도(℃) ÷ 60 으로 계산합니다.
예를 들어 10℃ 올랐다면 약 700W 입니다. 그릇이 먹은 열과 공기로 빠진 열이 빠지므로 실제보다 조금 낮게 나옵니다. 출력이 높을수록, 물이 적을수록 오차가 커지니 물의 양을 줄이지 않는 편이 낫습니다.
정리
- 전자레인지는 바뀌는 전기장으로 자유롭게 도는 물 분자를 흔들어 데웁니다.
- 그래서 얼음·금속·빈 그릇·마른 음식은 잘 못 데우고, 해동은 녹은 자리부터 뜨거워집니다.
- 겉의 물이 끓어 날아가는 동안 표면은 100℃ 근처에 묶여 굽거나 바삭하게 만들지 못합니다.
- 전파는 겉 몇 cm 까지만 들어가므로 나누고, 고리로 놓고, 잠시 두는 것이 고르게 데우는 길입니다.
- 물 1kg 을 60초 데워 오른 온도로 우리 집 전자레인지의 실제 출력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