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에 놓인 두 제품은 겉으로 구별되지 않습니다. 검은 유리판에 동그라미가 그려져 있고 아래에 터치 버튼이 있습니다. 매장에서도 나란히 놓여 있고, 값만 다르게 붙어 있습니다.
그런데 안에서 벌어지는 일은 정반대입니다. 열을 어디서 만드느냐가 다릅니다. 이 한 줄이 나머지 궁금증을 거의 다 풀어 줍니다. 왜 냄비를 가리는지, 왜 빠른지, 왜 소리가 나는지가 전부 여기서 나옵니다.
하나는 냄비를, 하나는 상판을 데웁니다
하이라이트는 쉽습니다. 상판 아래에 열선이 있고, 전기가 흐르면 빨갛게 달아오릅니다. 그 열이 유리 상판을 데우고, 뜨거워진 상판이 냄비를 데웁니다. 가스불이 냄비를 데우는 것과 순서만 다를 뿐 같은 이야기입니다. 열이 밖에서 안으로 들어갑니다.
인덕션은 다릅니다. 상판 아래에 있는 것은 열선이 아니라 구리선을 감아 놓은 코일 입니다. 여기에 아주 빠르게 방향이 바뀌는 전기를 흘리면 변하는 자기장이 생깁니다. 그 자기장이 유리를 통과해 냄비 바닥 금속에 닿으면, 금속 안에서 맴도는 전류가 생깁니다. 그리고 그 전류가 금속 자체의 저항 때문에 냄비를 뜨겁게 만듭니다.
코일도 상판도 뜨거워지지 않습니다. 열은 냄비 안에서 처음 생깁니다. 유리는 자기장이 그냥 지나가는 통로일 뿐이라 데워질 이유가 없습니다.
이 차이가 설명하는 것들
왜 인덕션은 냄비를 가리나
냄비 자체가 발열체가 되어야 하므로, 그 일이 일어나는 금속이어야 합니다. 알루미늄, 구리, 유리, 도자기에서는 제대로 일어나지 않습니다. 뚝배기가 안 되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가리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냄비 바닥 바깥면에 냉장고 자석을 대 보시면 됩니다. 딱 붙으면 쓸 수 있습니다. 스테인리스는 종류가 여럿이라 겉모습으로는 판단할 수 없고, 자석이 유일하게 믿을 만한 기준입니다. 제품 설명에 "인덕션 겸용"이라고 적혀 있어도 바닥에 자석이 안 붙으면 안 되는 것이고, 아무 표시가 없어도 붙으면 됩니다.
바닥이 둥글거나 코일보다 많이 작으면, 자석이 붙어도 기기가 냄비를 알아보지 못해 켜지지 않습니다. 작은 밀크팬이 이 경우에 걸립니다.
하이라이트는 아무 냄비나 됩니다. 바닥만 평평하면 됩니다.
왜 인덕션이 빠른가
하이라이트는 열선 → 상판 → 냄비 순서로 열이 건너갑니다. 중간 단계마다 시간이 걸리고, 그 사이 옆으로 새는 열도 있습니다. 상판이 달아오르는 동안 주방 공기도 같이 데워집니다.
인덕션은 냄비에서 바로 열이 생깁니다. 건너갈 곳이 없으니 빠르고, 새는 양도 적습니다. 물을 끓이는 시간으로 비교하면 차이가 분명히 납니다.
다만 "몇 배 빠르다" 같은 숫자는 냄비 재질과 물 양, 기기 출력에 따라 크게 달라지므로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직접 비교해 보고 싶으시면 같은 냄비에 같은 양의 물을 붓고 뚜껑을 덮은 채 재 보시면 됩니다. 뚜껑을 안 덮으면 증발로 날아가는 열이 기기 차이보다 커집니다.
왜 "웅" 소리가 나나
인덕션에서 나는 소리는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냄비에서 나는 소리입니다. 요즘 냄비 바닥은 여러 겹 금속을 붙여 만드는데, 자기장이 그 겹들을 미세하게 떨리게 합니다. 냄비를 바꾸면 소리가 달라집니다. 고장이 아닙니다. 소리가 거슬리면 기기가 아니라 냄비를 바꿔 보는 쪽이 맞습니다.
다른 하나는 팬 소리입니다. 코일과 전자 부품을 식히느라 아래에서 팬이 돕니다. 하이라이트에는 이게 없어서 조용합니다. 불을 끈 뒤에도 팬이 한동안 더 도는데, 이것도 정상입니다.
왜 조리 뒤가 덜 위험한가
하이라이트는 상판이 열원이라 끄고 나서도 한참 뜨겁습니다. 잔열 표시등이 있는 이유이고, 그 표시가 꺼지기 전에 손을 대면 데입니다.
인덕션 상판이 뜨거운 것은 냄비가 데워 놓은 만큼입니다. 그래서 덜 뜨겁고 빨리 식습니다. 다만 0은 아닙니다. 오래 조리한 뒤에는 인덕션 상판도 충분히 뜨겁습니다. 끓인 직후에 행주로 닦다가 데는 일이 여기서 생깁니다.
정리하면
| 인덕션 | 하이라이트 | |
|---|---|---|
| 뜨거워지는 곳 | 냄비 | 상판 |
| 쓸 수 있는 냄비 | 자석이 붙는 것만 | 거의 모두 |
| 속도 | 빠릅니다 | 느립니다 |
| 조리 뒤 상판 | 덜 뜨겁고 빨리 식습니다 | 오래 뜨겁습니다 |
| 소리 | 냄비 떨림과 팬 소리 | 조용합니다 |
| 값 | 비싼 편 | 싼 편 |
사기 전에 집에서 해 볼 것
매장에서 결정하기 전에 집에서 먼저 확인할 것이 둘 있습니다. 둘 다 돈이 안 듭니다.
지금 쓰는 냄비를 자석으로 전부 훑어보십시오. 냉장고 자석이면 됩니다. 몇 개가 떨어지는지 세 보고, 그걸 새로 사는 값까지 더해서 두 기기의 값을 비교해야 실제 비용이 나옵니다. 냄비 네댓 개를 새로 사야 한다면 기기 값 차이보다 그쪽이 클 수도 있습니다.
주방에 뚝배기나 돌솥이 있는지 보십시오. 자주 쓰신다면 인덕션 한 대만 두는 구성은 맞지 않습니다. 하이라이트 구가 하나 섞인 제품을 고르거나, 휴대용 가스레인지를 따로 두는 쪽을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
어느 쪽을 고를까
쓰던 냄비를 그대로 쓰고 싶거나, 뚝배기를 자주 올리거나, 예산이 먼저라면 하이라이트가 맞습니다. 냄비를 가리지 않는다는 점은 생각보다 큰 장점입니다.
빨리 끓이고 싶거나, 아이가 있어 상판 화상이 걱정되거나, 여름에 주방이 더워지는 것이 싫다면 인덕션 쪽입니다. 열이 냄비 안에서만 생기니 주방으로 새는 열도 적습니다. 여름에 가스불 앞에 서 본 분이라면 이 차이가 작지 않다는 걸 아실 겁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전기요금 차이는 적지 않았습니다. 효율만 보면 인덕션이 유리하지만, 실제 요금은 조리 습관과 누진 구간에 따라 달라져서 "얼마 아낀다"고 적으면 그게 틀린 집이 더 많습니다. 궁금하시면 기기에 붙은 소비전력과 실제로 켜 둔 시간을 곱해 보시는 쪽이 정확합니다.
제품별 성능 비교도 하지 않았습니다. 이 글은 두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만 다룹니다.
같은 집에서 쓰는 다른 물건의 원리가 궁금하시면 날개 없는 선풍기와 전기히터 종류도 같은 방식으로 적어 두었습니다. 전기히터 쪽은 인덕션과 반대로 열을 어디로 보내느냐가 갈림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