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이 선선해지면 히터를 찾게 됩니다. 그리고 거의 항상 같은 질문에서 막힙니다. 어느 것이 전기를 덜 먹느냐입니다.

먼저 답부터 드리면, 전기히터끼리는 그런 차이가 없습니다. 제품 설명에 뭐라고 적혀 있든 그렇습니다. 그런데도 종류를 고르는 이유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 둘을 같이 설명해 보겠습니다.

1kW를 넣으면 1kW만큼 따뜻해집니다

전기히터 종류별로 1kW를 넣었을 때 나오는 열을 비교한 막대 그림. 복사식·대류식·팬히터 모두 1kW로 같고, 히트펌프만 3kW 안팎으로 길다

전기히터는 전기를 열로 바꾸는 기계입니다. 전선에 전기를 억지로 흘리면 저항 때문에 뜨거워지는데, 그걸 쓰는 것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습니다. 전기가 저항을 지나면 거의 전부가 열이 됩니다. 새어 나갈 곳이 없습니다. 빛이 조금 나오는 복사식도 그 빛이 벽에 닿아 결국 열이 됩니다.

그래서 더 잘 바꿀 여지가 남아 있지 않습니다. 비싼 히터든 싼 히터든, 1000W를 한 시간 켜면 1kWh를 쓰고 그만큼 따뜻해집니다. "고효율 전기히터"라는 말은 성립하기 어렵습니다. 전구를 바꿔 밝기를 올리는 것과는 사정이 다릅니다. 전구는 열로 새는 몫을 줄일 여지가 있었지만, 히터는 그 열이 목적이라 샐 데가 없습니다.

딱 하나 예외가 있습니다

에어컨으로 하는 난방은 다릅니다. 이쪽은 열을 만들지 않고 옮깁니다. 바깥 찬 공기 속에도 열은 있고, 그 열을 안으로 퍼 오는 구조입니다. 그래서 전기 1kW를 넣고 3kW 안팎의 열을 얻습니다.

만든 것이 아니라 퍼 온 것이라 가능한 일입니다. 전기요금을 진짜로 줄이고 싶다면 히터 종류를 바꾸는 것보다 이쪽이 답입니다. 다만 바깥이 아주 추우면 퍼 올 열이 줄어 효율이 떨어지므로, 한겨울 혹한에는 차이가 좁혀집니다.

그러면 종류는 왜 고르나

내는 열이 같다면 남는 차이는 하나입니다. 그 열을 어디로 보내느냐.

복사식은 앞에 있는 것을 직접 데웁니다. 햇볕과 같습니다. 공기는 거의 데우지 않아서, 켜자마자 몸이 따뜻해지는 대신 가리면 바로 안 따뜻합니다. 책상 아래나 작업대 앞처럼 한자리에 머무는 곳에 맞습니다.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데울 것도 없으니 그만큼 덜 아깝습니다.

대류식은 공기를 데워 방을 돌립니다. 데워진 공기가 올라가고 찬 공기가 내려오면서 순환이 생깁니다. 방 전체가 고르게 따뜻해지지만 느립니다. 대신 소리가 없어 잘 때 쓰기 좋습니다. 오일히터도 여기 속하는데, 기름을 먼저 데우느라 더 느린 대신 끄고 나서도 한참 따뜻합니다. 표면이 덜 뜨거워 안전한 편이기도 합니다.

팬히터는 데운 공기를 바람으로 밀어냅니다. 가장 빨리 퍼지는 대신 소리가 나고 공기가 건조해집니다. PTC 세라믹을 쓰는 제품이 많은데, 이 소재는 뜨거워질수록 전기가 덜 흐르는 성질이 있어 스스로 과열되기 어렵습니다. 작은 히터에 많이 쓰이는 이유입니다.

세로로 긴 흰색 온풍기. 앞면 위쪽에 가로로 긴 검은 루버 토출구가 있고, 윗면에 터치 조작부가 있으며, 바닥에 바퀴 네 개가 달려 있습니다

생김새가 방식을 말해 줍니다. 앞면의 가로로 긴 루버가 바람을 내보내는 자리이고, 루버 각도로 바람이 가는 높이를 정합니다. 복사식에는 이런 토출구가 없습니다 — 그쪽은 달아오른 면이 그대로 보입니다.

바닥의 바퀴도 그냥 편의 장치가 아닙니다. 팬히터는 방 전체를 데우는 쪽이 아니라 사람이 있는 자리로 끌고 가서 쓰는 쪽이라 바퀴가 달립니다. 이 글의 결론과 같은 이야기입니다 — 같은 전기로 더 따뜻하려면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데우면 됩니다.

바퀴가 달렸다고 안심하면 안 됩니다. 밀고 다니다 전선이 바닥에 깔리기 쉽고, 1000W가 넘는 기기의 전선을 밟거나 가구로 누르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옮긴 뒤에는 전선이 지나는 자리를 한 번 보십시오.

상황별로 정리하면

상황맞는 것이유
책상 앞에 한 시간 앉아 있을 때복사식방을 데울 필요 없이 나만 데우면 됩니다
방 전체를 몇 시간 쓸 때대류식 · 오일고르게 데워지고 조용합니다
들어오자마자 빨리 녹이고 싶을 때팬히터퍼지는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잘 때 켜 둘 때오일히터소리가 없고 표면이 덜 뜨겁습니다
겨울 내내 난방할 때에어컨 난방유일하게 넣은 것보다 많이 나옵니다

표에서 첫 줄과 마지막 줄이 사실상 전부입니다. 잠깐 쓰면 나만 데우고, 오래 쓰면 열을 퍼 오는 쪽입니다. 가운데 줄들은 그 사이에서 소리와 속도를 맞바꾸는 선택입니다.

안전은 종류마다 다릅니다

이 부분은 전기요금보다 중요합니다.

복사식은 표면이 아주 뜨겁습니다. 수백 도까지 올라가므로 가까이 둔 옷이나 이불이 닿으면 위험합니다. 넘어지면 꺼지는 스위치가 있는지 반드시 확인하시고, 커튼이나 침구 근처에는 두지 않는 편이 좋습니다. 빨래를 말리겠다고 앞에 걸어 두는 것이 가장 위험합니다.

오일히터는 표면 온도가 낮아 이런 면에서 가장 무난합니다. 대신 무겁고 예열이 깁니다.

연소가 없으니 산소가 줄거나 일산화탄소가 나오지는 않습니다. 그건 가스나 등유를 태우는 난방기의 이야기입니다. 다만 공기가 데워지면 습도가 상대적으로 낮아져 건조하게 느껴지는 것은 맞습니다. 특히 팬히터가 그렇습니다.

그리고 전기히터는 대부분 1000W가 넘습니다. 문어발 콘센트나 얇은 연장선에 물리면 안 됩니다. 벽 콘센트에 직접 꽂는 것이 원칙입니다. 연장선을 꼭 써야 한다면 허용 전류가 적힌 굵은 것으로 쓰고, 감아 둔 채로 쓰지 마십시오. 감긴 전선은 열이 빠져나가지 못합니다.

정리

히터를 바꿔서 전기요금을 줄이는 방법은 없습니다. 전기히터끼리는 이미 전부 같은 효율이고, 남는 선택지는 몇 W짜리를 몇 시간 켜느냐뿐입니다.

대신 같은 전기로 더 따뜻하게 느끼는 방법은 있습니다. 내가 머무는 자리만 데우거나, 필요한 시간에만 켜거나, 아예 열을 옮겨 오는 방식을 쓰는 것입니다. 종류를 고른다는 것은 효율을 고르는 일이 아니라 그 방법을 고르는 일입니다.

확인하지 못한 것

제품별 소비전력과 체감 온도를 재지 않았습니다. 위 설명은 방식이 어떻게 다른지에 대한 것이고, 특정 제품의 성능 비교가 아닙니다. 궁금하시면 전력 측정 플러그를 꽂아 실제로 몇 W를 쓰는지 보시면 제품에 적힌 값과 맞는지 바로 확인됩니다.

겨울 쪽 물건을 같은 방식으로 적은 글이 더 있습니다. 온수매트와 전기장판은 몸에 닿는 난방이라 방을 데우는 이 글과 셈이 다르고, 외출할 때 보일러는 껐다 켜는 쪽과 낮춰 두는 쪽 중 어느 것이 싼지를 다룹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