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구를 갈려고 마트에 가면 포장에 숫자가 여러 개 적혀 있습니다. 예전처럼 "60W 짜리"를 찾으면 LED 코너에서는 그런 숫자가 잘 안 보이고, 대신 9W, 806lm, 6500K 같은 것들이 보입니다. 밝기를 정하는 숫자는 이 중 루멘(lm) 하나입니다. 나머지는 각각 다른 것을 말합니다.

와트는 먹는 전기, 루멘은 나오는 빛입니다

표기단위뜻
소비전력W (와트)전구가 쓰는 전기의 양
광속lm (루멘)전구가 사방으로 내보내는 빛의 총량
색온도K (켈빈)빛의 색(노란빛인지 푸른빛인지)
연색성Ra 또는 CRI그 빛 아래에서 물건 색이 얼마나 제 색으로 보이는지

백열전구는 필라멘트를 달궈서 빛을 냈고, 먹은 전기의 대부분이 빛이 아니라 열로 나갔습니다. 그래도 전구끼리는 구조가 같았기 때문에 와트가 두 배면 빛도 대략 두 배였습니다. 그래서 와트로 밝기를 말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LED 는 같은 빛을 훨씬 적은 전기로 냅니다. 이제 와트는 밝기가 아니라 전기요금 쪽 숫자가 됐습니다. 9W LED 가 60W 백열전구와 비슷하게 밝은 이유가 이것입니다.

루멘을 와트로 나누면 효율이 나옵니다

포장에 두 숫자가 다 있으면 나눠 보면 됩니다. lm ÷ W = 1와트당 빛(lm/W) 입니다.

  • 백열전구는 대략 10~17lm/W 정도였습니다.
  • LED 전구는 제품마다 차이가 크지만 대체로 80lm/W 를 넘깁니다.

같은 루멘이라면 lm/W 가 높은 제품이 전기를 덜 씁니다. 그리고 전기 사용량은 와트 × 켜 둔 시간에 정확히 비례합니다. 9W 전구를 하루 5시간 켜면 하루 45Wh, 한 달(30일)이면 1.35kWh 입니다. 요금은 집마다 누진 구간이 달라서 여기 적지 않았습니다. 고지서의 kWh 단가를 곱하면 직접 계산하실 수 있습니다.

"60W 상당"이라는 표기는 루멘으로 바꿔 읽습니다

포장에 "60W 상당", "100W 급" 같은 말이 적혀 있으면, 그건 백열전구 기준으로 이만큼 밝다는 주장이지 이 전구가 60W 를 먹는다는 뜻이 아닙니다. 흔히 쓰이는 대응표는 이렇습니다.

백열전구대략의 루멘
40W약 450lm
60W약 800lm
75W약 1,100lm
100W약 1,600lm

이 대응표는 미국 에너지 표시에서 쓰는 기준을 옮긴 것이고, 제조사마다 "상당"을 붙이는 기준이 같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상당" 표기보다 루멘 숫자를 직접 보는 것이 정확합니다. 쓰던 전구가 60W 백열전구였다면 800lm 근처를 고르면 비슷한 밝기가 됩니다.

루멘이 같아도 덜 밝게 느껴지는 경우

루멘은 사방으로 나가는 빛을 다 더한 값입니다. 그 빛이 어디로 가는지는 알려 주지 않습니다.

  • 갓이 깊은 조명에 넣으면 빛의 일부가 갓 안에서 흡수됩니다.
  • 한쪽으로만 비추는 전구(스포트형)는 같은 루멘이라도 비추는 자리만 밝고 주변은 어둡습니다.
  • 우윳빛 덮개가 두꺼우면 그만큼 빛이 줄어듭니다.

책상이나 바닥에 실제로 닿는 밝기는 럭스(lux, 1㎡ 에 떨어지는 루멘)라는 다른 숫자입니다. 조명 기구와 천장 높이에 따라 달라지므로 포장의 루멘만으로는 정해지지 않습니다.

색온도는 밝기가 아니라 빛의 색입니다

색온도 막대 그림. 왼쪽 2700K 전구색은 주황빛, 가운데 4000K 주백색은 흰빛에 가까운 아이보리, 오른쪽 6500K 주광색은 푸른빛으로 칠해져 있고, 각 구간 아래에 어울리는 자리로 침실·거실 휴식, 주방·식탁, 공부·작업이 적혀 있습니다. 맨 아래에는 색온도는 밝기를 바꾸지 않으며 밝기는 루멘으로 고른다고 적혀 있습니다.

켈빈(K) 숫자가 낮을수록 노랗고, 높을수록 푸릅니다. 국내 포장에는 보통 이름으로 적힙니다.

이름색온도빛의 느낌흔히 쓰는 자리
전구색약 2700~3000K따뜻한 주황빛침실, 휴식하는 거실
주백색약 4000K 안팎아이보리에 가까운 흰빛주방, 식탁
주광색약 5700~6500K푸른 기가 도는 흰빛공부방, 작업 공간

색온도를 바꿔도 루멘은 그대로입니다. 같은 800lm 라면 측정되는 빛의 양은 같습니다. 다만 푸른빛 쪽이 더 또렷하고 밝게 느껴진다는 사람이 많고, 이건 측정값이 아니라 느낌의 차이라서 이 글에서 얼마만큼이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저녁에 푸른빛이 강한 조명을 오래 보면 잠드는 데 영향을 준다는 연구들이 있습니다. 다만 가정용 전구 한 개가 얼마나 영향을 주는지까지는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침실을 전구색으로 두는 건 손해 볼 일이 없는 선택 정도로 생각하시면 됩니다.

숫자로 정해지지 않는 것들

  • 연색성(Ra): 루멘이 높아도 Ra 가 낮으면 음식이나 피부색이 칙칙해 보입니다. 화장대나 주방이라면 Ra 90 이상 표기가 있는지 확인해 보실 만합니다. 대부분의 일반 전구는 80 안팎입니다.
  • 밝기 조절기(디머): 디머가 달린 스위치에 일반 LED 를 끼우면 깜빡이거나 웅웅거릴 수 있습니다. 포장에 '디밍 가능'이 적힌 제품만 씁니다.
  • 밀폐형 조명 기구: LED 도 열이 나고, 열이 빠지지 않으면 수명이 줄어듭니다. 막힌 갓에 쓴다면 '밀폐형 사용 가능' 표시를 봅니다.
  • 시간이 지나며 어두워짐: LED 는 갑자기 꺼지기보다 서서히 어두워집니다. 새로 산 날의 루멘이 몇 년 뒤에도 그대로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 소켓 규격: 숫자가 다 맞아도 꽂히지 않으면 소용없습니다. 집에서 흔한 건 E26 이고, 작은 전구는 E14 입니다. 빼낸 전구 꼭지에 적혀 있습니다.

정리

  • 밝기는 루멘(lm), 전기 사용량은 와트(W), 빛의 색은 색온도(K)로 따로 고릅니다.
  • 쓰던 60W 백열전구를 바꾼다면 800lm 근처가 비슷한 밝기입니다.
  • 같은 루멘이면 lm ÷ W 가 높은 쪽이 전기를 덜 씁니다. 사용량은 와트 × 시간에 비례합니다.
  • 색온도는 밝기를 바꾸지 않습니다. 쉬는 곳은 전구색, 일하는 곳은 주광색이 흔한 선택입니다.
  • 디머·밀폐 기구·소켓 규격처럼 숫자 밖의 조건은 포장 표시로 따로 확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