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0mAh 보조배터리를 사면서 "5000mAh 폰이니 네 번은 채우겠지" 하고 계산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 써 보면 두 번 남짓에서 끝나는 경우가 흔합니다. 불량을 의심하기 전에, mAh 라는 단위가 무엇을 빼고 적은 숫자인지부터 보면 이 차이가 대부분 설명됩니다.

mAh 는 에너지가 아니라 전하의 양입니다

mAh(밀리암페어시)는 "몇 mA 를 몇 시간 흘릴 수 있는가"를 뜻합니다. 물에 비유하면 흘릴 수 있는 물의 양이고, 그 물이 얼마나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지(전압)는 들어 있지 않습니다. 실제로 일을 하는 에너지는 둘을 곱해야 나옵니다.

Wh(와트시) = mAh × 전압(V) ÷ 1000

보조배터리 겉에 적힌 mAh 는 대개 안에 든 리튬이온 셀의 공칭 전압(3.6V 또는 3.7V) 기준입니다. 그래서 같은 제품이라도 어느 전압으로 세느냐에 따라 mAh 숫자가 달라집니다.

같은 74Wh 를3.7V 로 세면5V 로 세면9V 로 세면
mAh 로 적은 값20000mAh14800mAh약 8200mAh

보조배터리가 USB 로 내보내는 전압은 5V(급속충전이면 9V 이상)이므로, 출력 단자 기준으로는 이미 20000mAh 가 아닙니다. 에너지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위의 기준이 바뀐 것입니다. 그래서 비교는 언제나 Wh 로 해야 합니다. 비행기 반입 기준이 mAh 가 아닌 Wh(일반적으로 100Wh 이하는 기내 반입 가능)로 정해져 있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폰 배터리와 비교하면 손실이 없어도 3.8번입니다

폰 배터리도 리튬이온이고, 공칭 전압은 보통 3.85V 안팎으로 보조배터리 셀보다 조금 높습니다. 5000mAh 폰 배터리를 Wh 로 바꾸면 이렇습니다.

  • 보조배터리: 20000mAh × 3.7V = 74Wh
  • 폰 배터리: 5000mAh × 3.85V = 약 19.3Wh
  • 74 ÷ 19.3 = 약 3.8번

전압 차이가 작아서 여기까지는 네 번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진짜 차이는 그다음, 에너지가 옮겨 가는 길에서 생깁니다.

옮겨 가는 길에 세 번 열로 샙니다

보조배터리 셀(3.7V)에서 폰 배터리(3.85V 안팎)까지 가려면 전압을 한 번 올렸다가 다시 내려야 합니다.

  1. 승압 회로 — 보조배터리 안에서 3.7V 를 USB 전압(5V, 9V 등)으로 올립니다
  2. 케이블과 단자 — 전류가 지나며 저항만큼 열이 납니다. 가늘고 긴 케이블일수록 큽니다
  3. 폰의 충전 회로 — USB 전압을 다시 배터리 전압으로 내리고, 배터리에 넣는 과정에서도 열이 납니다

어느 단계든 변환은 100% 가 될 수 없고 빠진 몫은 열이 됩니다. 충전 중 보조배터리와 폰이 따뜻해지는 것이 그 흔적입니다. 단계마다 손실이 몇 %인지는 회로 설계, 충전 속도, 온도에 따라 달라서 이 글에서 하나의 숫자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아래 그림은 전체 효율을 몇 가지로 가정했을 때 횟수가 어떻게 줄어드는지 보여 줍니다.

5000mAh 폰을 20000mAh 보조배터리로 몇 번 채우는지 전체 효율 가정별로 비교한 막대그림. mAh 끼리 나눈 단순 계산은 4번, Wh 로 바꾼 손실 없는 경우는 3.8번, 전체 효율을 80%로 가정하면 약 3.1번, 65%로 가정하면 약 2.5번입니다. 효율 값은 측정값이 아니라 가정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숫자를 더 줄이는 조건들

변환 손실 말고도 횟수를 깎는 조건이 있습니다.

  • 충전하면서 폰을 쓰는 경우 — 화면과 통신에 쓰는 전기도 보조배터리가 대 줍니다
  • 추운 곳 — 리튬이온은 낮은 온도에서 꺼낼 수 있는 양이 줄어듭니다. 겨울 야외에서 금방 바닥나는 이유입니다
  • 오래 쓴 보조배터리 — 셀도 폰 배터리처럼 충방전을 거듭하면 용량이 줄어듭니다
  • 오래 둔 보조배터리 — 쓰지 않아도 조금씩 자연 방전되고, 대기 회로도 전기를 씁니다
  • 무선 충전 — 코일 사이로 에너지를 보내는 단계가 하나 더 붙어 손실이 커지는 편입니다. 얼마나 커지는지는 기기와 놓는 위치에 따라 달라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안 되는 것과 예외

  • 표기 전압이 제품마다 다릅니다. 3.6V 로 적은 제품과 3.7V 로 적은 제품은 같은 20000mAh 라도 Wh 가 약 3% 차이 납니다. 겉면에 Wh 가 함께 적혀 있으면 그쪽을 믿는 것이 정확합니다
  • 출력 기준 용량을 따로 적은 제품도 있습니다. "정격 용량" 같은 이름으로 5V 기준 mAh 를 함께 적은 경우인데, 이 숫자는 승압 손실까지 반영한 값일 수 있어 셀 용량보다 작게 나옵니다. 어떤 조건으로 쟀는지는 제품마다 달라 일반화하지 못했습니다
  • 급속충전이 효율을 높이는지 낮추는지는 한쪽으로 단정할 수 없습니다. 전압을 높이면 케이블 손실은 줄지만, 폰 안에서 더 크게 전압을 내려야 하고 발열도 늘어납니다
  • 이어폰처럼 전류를 아주 적게 쓰는 기기는 보조배터리가 "연결된 기기가 없다"고 판단해 중간에 출력을 끊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전류 모드가 있는 제품은 그 기능을 씁니다
  • 폰 배터리도 실제 용량이 표기와 다를 수 있습니다. 오래 쓴 폰은 같은 100%라도 담는 양이 줄어 있어서, 오히려 횟수가 늘어나 보이기도 합니다

내 보조배터리로 직접 재는 법

  1. 보조배터리를 끝까지 충전합니다
  2. 폰을 비행기 모드로 두고 화면을 끈 채, 예를 들어 20% → 80% 처럼 정해 둔 구간만 충전합니다. 매번 몇 % 를 채웠는지 적습니다
  3. 보조배터리가 바닥날 때까지 되풀이한 뒤, 적어 둔 % 를 모두 더해 100 으로 나눕니다. 이것이 "실제로 몇 번 채웠는가"입니다
  4. 더 정확히 보려면 USB 전력 측정기(전압·전류·Wh 를 보여 주는 작은 장치)를 사이에 꽂으면, 보조배터리에서 실제로 나간 Wh 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값을 겉면의 Wh 로 나누면 보조배터리 쪽 효율이 나옵니다

같은 방법으로 유선과 무선, 일반과 급속충전을 비교해 보면 내 기기 조합에서 어느 쪽이 덜 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정리

  • mAh 는 전압을 빼고 적은 전하의 양이라, 전압이 다른 기기끼리는 그대로 나누면 안 됩니다
  • 에너지는 Wh = mAh × V ÷ 1000 으로 비교합니다. 20000mAh(3.7V)는 74Wh 입니다
  • 5000mAh 폰(약 19Wh)은 손실이 없어도 3.8번이 최대입니다
  • 승압 회로·케이블·폰 충전 회로에서 열로 새는 몫이 있어 실제 횟수는 그보다 적습니다
  • 몇 번인지는 기기마다 다르니 구간 충전을 더해 보거나 USB 전력 측정기로 직접 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