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겨울 아침, 사람 넷이 젖은 외투를 입고 차에 타면 앞유리가 순식간에 뿌옇게 됩니다. 히터를 세게 틀어도 한참 걸리는데, 에어컨 버튼을 같이 누르면 훨씬 빨리 걷힙니다. 추운 날 에어컨을 켜는 게 이상해 보이지만, 이유는 결로 원리 하나로 설명됩니다.
김서림은 유리 안쪽 면에 생긴 결로입니다
공기가 품을 수 있는 수증기의 양은 온도가 낮을수록 줄어듭니다. 차 안 공기가 어떤 온도보다 차가운 면에 닿으면 넘치는 수증기가 아주 작은 물방울로 맺히는데, 그 온도가 이슬점입니다. 김서림은 이 물방울이 빛을 흩어서 뿌옇게 보이는 것입니다.
차 안은 이 조건이 잘 갖춰지는 곳입니다.
- 공간이 좁습니다. 숨과 젖은 옷, 우산, 매트의 눈 녹은 물이 내는 수증기가 금방 쌓입니다
- 유리가 차갑습니다. 바깥 공기와 바로 맞닿아 있어 겨울에는 실내 공기보다 훨씬 차갑습니다
- 내기 순환으로 두면 수증기가 빠져나갈 데가 없습니다
예를 들어 차 안이 20도에 습도 70%라면 이슬점은 약 14도입니다. 유리 안쪽 면이 그보다 차가우면 김이 서립니다. 바깥이 0도인 날 유리 안쪽 면이 14도를 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없애는 방법은 두 가지뿐입니다
결로는 "유리 표면 온도 < 공기의 이슬점"일 때 생기므로, 걷어 내는 길도 둘입니다.
| 방법 | 하는 일 | 차에서 맡는 장치 |
|---|---|---|
| 유리를 데운다 | 표면 온도를 이슬점 위로 올립니다 | 히터 바람, 뒷유리 열선 |
| 공기를 말린다 | 유리에 닿는 공기의 이슬점을 내립니다 | 에어컨(A/C), 외기 유입 |
히터는 첫째 방법만 합니다. 공기를 데우면 습도계 숫자는 내려가지만, 공기에 든 수증기의 양은 그대로이므로 이슬점은 변하지 않습니다. 결국 유리 자체가 이슬점 위로 데워질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그동안에도 탄 사람들은 계속 수증기를 내놓습니다.
에어컨이 공기를 말리는 방법
차의 공조 장치 안에서 바람은 대체로 이 순서로 지나갑니다.
- 증발기 — 냉매가 흐르는 차가운 판입니다. 지나는 공기가 이슬점 아래로 식으면서 수증기가 표면에 물로 맺히고, 이 물은 관을 타고 차 밖으로 빠집니다. 여름에 차 밑으로 물이 떨어지는 것이 이것입니다
- 히터 코어 — 엔진 냉각수(전기차는 히트펌프나 전기 히터)의 열로 바람을 다시 데웁니다
- 송풍구 — 앞유리 쪽으로 나갑니다
증발기는 표면이 얼지 않도록 영상 몇 도 수준으로 제어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그 온도를 지난 공기는 이슬점도 그 근처까지 내려갑니다. 이슬점이 3도인 공기를 40도로 데우면 상대습도는 10% 안팎이 됩니다. 따뜻하면서 아주 마른 바람이 되는 셈이고, 이 바람이 닿은 유리는 물방울이 금방 다시 증발합니다.
외기 유입도 같은 일을 합니다
겨울 바깥 공기는 차갑기 때문에 수증기가 적게 들어 있습니다. 0도에 습도 80%인 바깥 공기의 이슬점은 영하 3도 남짓입니다. 이 공기를 들여와 데우면 차 안 공기보다 훨씬 마릅니다. 그래서 김서림을 뺄 때는 내기 순환을 끄고 외기 유입으로 두는 것이 원칙이고, 앞유리 서리 제거 버튼을 누르면 외기와 에어컨이 자동으로 함께 켜지도록 만든 차가 많습니다. 차마다 동작이 다르니 취급설명서에서 확인하는 것이 확실합니다.
정리하면 겨울에는 이렇게 둡니다.
| 설정 | 이유 |
|---|---|
| 바람 방향: 앞유리 | 마른 바람을 문제의 면에 바로 보냅니다 |
| 에어컨(A/C): 켬 | 공기에서 수증기를 짜냅니다 |
| 외기 유입 | 차 안의 습한 공기를 마른 바깥 공기로 바꿉니다 |
| 온도: 따뜻하게 | 유리 표면 온도도 함께 올립니다 |
안 되는 것과 예외
- 아주 추운 날에는 압축기가 안 도는 차가 있습니다. 증발기가 얼거나 압축기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바깥 온도가 낮으면 멈추게 설계한 차가 많고, 그 기준 온도는 차마다 다릅니다. 이때는 A/C 표시등이 켜져 있어도 제습이 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다행히 그런 날은 바깥 공기가 매우 말라 있어서 외기 유입이 그 역할을 대신합니다
- 여름 장마철에는 바깥 면에 김이 서립니다. 에어컨으로 유리가 바깥 공기의 이슬점보다 차가워진 경우입니다. 이때 앞유리로 찬 바람을 더 세게 보내면 오히려 심해지므로, 와이퍼로 닦거나 바람 온도를 조금 올리거나 방향을 유리에서 돌립니다
- 유리 안쪽이 더러우면 김이 더 잘 보이고 늦게 걷힙니다. 손자국이나 기름막, 내장재에서 나오는 뿌연 막이 물방울을 잘게 퍼지게 합니다. 안쪽 유리를 닦는 것만으로 나아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 바깥 면의 성에(얼음)는 다른 문제입니다. 얼음은 녹여야 하므로 엔진이 데워질 때까지 시간이 걸립니다. 뜨거운 물을 붓는 방법은 유리에 급격한 온도 차를 주므로 권하지 않습니다
- 에어컨을 켜면 연료나 배터리를 더 씁니다. 압축기를 돌리는 데 동력이 들기 때문입니다. 얼마나 더 드는지는 차종과 조건에 따라 달라서 이 글에서 숫자로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김이 걷히고 나서 습도가 낮게 유지되면 꺼도 됩니다
- 실내 필터가 막히면 바람 양이 줄어 어떤 방법이든 느려집니다
내 차에서 확인하는 법
- 김이 서린 같은 조건에서 히터만 켠 경우와 A/C를 같이 켠 경우 앞유리가 맑아지는 시간을 휴대폰 스톱워치로 재 봅니다
- A/C를 눌러도 차이가 없다면, 그날 바깥 온도가 압축기가 멈추는 구간인지 취급설명서에서 찾아봅니다
- 여름에 차를 세운 뒤 차 밑으로 물이 떨어지는지 봅니다. 떨어지면 증발기가 제습을 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정리
- 앞유리 김서림은 유리 안쪽 면이 차 안 공기의 이슬점보다 차가워서 생깁니다
- 히터는 유리를 데울 뿐, 공기 속 수증기는 그대로라 이슬점이 내려가지 않습니다
- 에어컨은 바람을 차가운 증발기에 먼저 지나게 해 물을 빼낸 뒤 다시 데워 마른 바람을 만듭니다
- 겨울에는 앞유리 방향 + A/C + 외기 유입 + 따뜻한 온도가 기본입니다
- 아주 추운 날은 압축기가 쉴 수 있지만, 그날의 마른 바깥 공기가 대신 말려 줍니다
이어서 읽을 것
공기를 말리는 장치가 에어컨뿐이라는 점은 집 안에서도 같습니다. 제습기를 켜면 방이 더워집니다에 왜 에어컨만 습기를 바깥으로 내보낼 수 있는지 적어 두었습니다. 유리에 물이 맺히는 조건 자체는 결로는 숫자 하나로 설명됩니다에 있고, 차에서 자는 분이라면 겨울 차박에서 창을 조금 열어야 하는 이유를 같이 보셔야 합니다. 차 안은 방보다 훨씬 좁아서 같은 일이 몇 배 빨리 일어납니다.